노후자금 계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수익률도 물가도 아닌 "몇 년을 사느냐"입니다. 25년치 생활비와 35년치 생활비는 40%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이 변수를 정할 때 대부분 뉴스에서 본 "기대수명 83세"를 그대로 씁니다. 거기서부터 어긋납니다.

기대수명과 65세 평균 사망 나이 0세 기대수명은 남성 80.8세, 여성 86.6세이지만 65세인 사람의 평균 사망 나이는 남성 약 84~85세, 여성 약 89세입니다. 0세 기대수명 · 남성 80.6세 0세 기대수명 · 여성 86.4세 65세 평균 사망 나이 · 남성 약 84세 65세 평균 사망 나이 · 여성 약 89세 계산기 기본 종료 나이 90세
같은 통계(2024년 생명표)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이미 65세라면 아래 두 줄이 내 계획의 출발점이고, 그마저 평균입니다.

기대수명은 누구 기준인가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하는 기대수명은 정확히는 "0세 출생자의 기대여명"입니다. 올해 태어난 아기가 현재의 연령별 사망률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평균 몇 년을 사는지를 뜻합니다. 2024년 생명표 기준으로 83.7세(남성 80.8세, 여성 86.6세)입니다.

이 숫자에는 영유아기·청년기·중년기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60세를 넘긴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숫자입니다. 그 나이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평균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이미 65세라면 기대여명을 봐야 합니다

은퇴 설계에 써야 하는 숫자는 "지금 내 나이에서 앞으로 몇 년을 더 사는가", 바꿔 말하면 기대여명입니다.

구분남성여성
0세 기대수명80.8세86.6세
65세 기대여명약 19.5년약 23.7년
65세인 사람의 평균 사망 나이약 84~85세약 89세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4년 생명표」(2025년 12월). 기대여명은 소수점 반올림. 최신 생명표는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65세 남성의 평균 사망 나이는 84세, 여성은 89세로 0세 기대수명보다 3년 넘게 길어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것도 여전히 평균입니다.

평균은 "절반은 그보다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65세 여성의 평균 사망 나이가 89세라면, 대략 절반의 65세 여성은 89세를 넘어서도 살아 있습니다. 노후자금을 89세까지로 계획했다면 두 명 중 한 명은 돈이 먼저 끝납니다. 저는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장수 리스크입니다. 오래 사는 것 자체는 축복입니다. 하지만 준비한 기간보다 오래 사는 것은 재무적으로는 위험입니다.

계획의 기준을 "평균"에서 "이 나이까지 살아 있을 확률이 충분히 낮아지는 지점"으로 바꿔야 합니다. 통계로 보면 80세를 넘기는 사람은 이미 예외가 아니라 다수입니다. 최근 생명표에서 남성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80세를 넘긴다고 추정됩니다.

왜 계산기는 90세를 기본값으로 두나

생활비 계산기의 "준비 기간 종료 나이" 기본값 90세는 65세 여성의 평균 사망 나이(약 89세)보다 약간 보수적으로 잡은 값입니다. 정확히 90세에 맞춰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평균보다는 뒤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기본값에 담았을 뿐입니다. 직접 조정할 수 있고, 아래 기준을 보고 정하시면 됩니다.

그럼 내 종료 나이는 몇 살로 잡나

  • 혼자라면 성별 65세 평균 사망 나이에 5년 정도를 더한 값이 한 가지 출발점입니다. 남성 약 89세, 여성 약 94세가 됩니다.
  • 부부라면 기준은 둘 중 더 오래 살 사람입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90세를 넘길 확률은 한 사람이 넘길 확률보다 훨씬 높습니다. 남편이 85세에 세상을 떠나도 아내는 그 뒤로 10년 가까이 생활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부부의 계획은 보통 나이가 적은 배우자, 특히 여성 기준으로 90세 이후까지 잡아야 안전합니다.
  • 부모님이 장수하셨다면 가족력은 통계보다 개인에게 더 강한 신호입니다. 부모 중 한 분이 90세를 넘기셨다면 종료 나이를 더 뒤로 두는 게 맞습니다.
  •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면 종료 나이를 앞당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배우자의 기간은 별도로 봐야 합니다.

오래 살수록 유리한 자산, 불리한 자산

장수 리스크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죽을 때까지 나오는 소득"의 비중을 늘리는 것입니다. 자산을 이 관점에서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구분오래 살면해당하는 것
평생 지급형유리. 받는 총액이 늘어남국민연금, 기초연금, 주택연금(종신 방식), 종신형으로 받는 연금
적립 소진형불리. 먼저 바닥날 수 있음예적금, 투자자산, 확정기간으로 받는 퇴직연금·개인연금

그래서 저는 국민연금 조기수령이 장수 리스크를 키우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오래 살수록 평생 깎인 금액의 누적 손실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연기연금은 장수 리스크를 줄입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조기수령 손익분기 계산기에서 몇 살까지 살면 역전되는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더 짧습니다

기대수명과 별개로 건강수명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질병이나 장애 없이 사는 기간을 뜻하며, 어떤 기준으로 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대수명보다 10년 이상 짧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은퇴 후반의 10~20년은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생활비가 은퇴 기간 내내 일정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초반에는 활동이 많아 여행·취미 지출이, 후반에는 의료·돌봄 지출이 커집니다. 후반 지출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상당 부분 대응하지만 본인부담과 비급여는 남습니다. 종료 나이를 길게 잡는 것만큼, 후반 생활비도 낮게 잡지 말아야 합니다.

네 줄로 정리합니다

  1. 뉴스의 기대수명 83세는 신생아 기준입니다. 은퇴 설계에는 내 나이의 기대여명을 씁니다.
  2. 기대여명도 평균입니다. 평균보다 뒤에 종료 나이를 둡니다.
  3. 부부는 더 오래 살 사람 기준입니다.
  4. 종료 나이를 늘리면 필요 자금이 커집니다. 그래서 평생 지급형 소득의 비중을 함께 봐야 합니다.

참고할 곳

준비 기간 종료 나이를 90세와 95세로 각각 넣어 필요 자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비교해보세요.

종료 나이 바꿔 계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