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월 300만 원은 있어야지"라고 말할 때, 그 300만 원은 오늘 3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생활을 뜻합니다. 그런데 은퇴가 15년 뒤이고 그 뒤로 25년을 산다면, 계획의 마지막 해는 지금부터 40년 뒤입니다. 40년 동안 물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 100만 원어치를 사려면 앞으로 얼마가 필요한가 물가가 연 2.5%씩 오르면 10년 뒤 128만 원, 20년 뒤 164만 원, 30년 뒤 210만 원이 필요합니다. 100만 지금 128만 10년 뒤 164만 20년 뒤 210만 30년 뒤
연 2.5% 물가 가정. 30년 뒤에는 같은 생활에 두 배가 넘는 돈이 듭니다. 거꾸로 그때의 300만 원은 오늘의 약 143만 원어치입니다.

물가는 복리로 작동합니다

물가상승률 2~3%는 한 해만 보면 대단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매년 쌓입니다. 오늘 100만 원어치 장을 보는 데 앞으로 얼마가 필요한지 보면 이렇습니다.

물가상승률10년 뒤20년 뒤30년 뒤구매력 절반이 되는 시점
연 2%약 122만 원약 149만 원약 181만 원약 35년
연 2.5%약 128만 원약 164만 원약 210만 원약 28년
연 3%약 134만 원약 181만 원약 243만 원약 23년

거꾸로 말하면 30년 뒤 통장에 300만 원이 들어와도, 물가가 연 2.5%였다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오늘의 약 143만 원어치입니다. "구매력이 절반이 되는 시점"은 72를 물가상승률로 나누면 대략 어림할 수 있습니다(72의 법칙). 실제로는 그보다 한 해쯤 짧습니다. 은퇴 기간 25~30년은 딱 그 구간입니다.

최근 물가는 어땠나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는 연 2%입니다. 그런데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 2025년 2.1%였습니다(국가데이터처). 오래 보면 2%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몇 년에 한 번 크게 튀는 패턴입니다. 그래서 계산기 기본값은 목표치보다 조금 높은 연 2.5%로 두고, 고급 설정에서 직접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은퇴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지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은퇴 가구는 지출에서 식료품·의료비 비중이 높은데, 이 항목들은 전체 지수보다 빠르게 오르는 해가 많았습니다. 은퇴 후 생활비 글에서 다룬 지출 구조를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어떤 연금이 물가를 따라가나

물가가 노후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의 종류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이게 3층 연금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물가 반영어떻게
국민연금있음매년 1월,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연금액 인상 (국민연금법)
기초연금있음매년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기준연금액 조정
공무원·사학·군인연금있음국민연금과 같은 방식
퇴직연금·연금저축없음적립금과 운용 성과로 정해짐. 정액으로 받으면 금액 고정
주택연금(정액형)없음가입 시 정한 월지급금이 그대로
민간 종신연금 대부분없음계약 시 정한 금액. 일부 상품은 증액형이 있음

국민연금이 물가에 연동된다는 것은, 지금 월 1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20년 뒤에도 오늘의 100만 원어치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명목 금액은 늘어나지만 구매력은 유지됩니다. 반면 퇴직연금에서 월 100만 원씩 받기로 했다면 20년 뒤 그 100만 원은 오늘의 60만 원어치입니다.

계산기에 사적연금을 넣을 때 주의

계산기는 모든 금액을 오늘 가치로 다룹니다. 그래서 "예상 월 연금 수입"에 국민연금을 넣는 것은 정확합니다. 국민연금은 실제로 물가만큼 따라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퇴직연금·개인연금을 같은 칸에 그대로 넣으면 실제보다 넉넉하게 계산됩니다.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액을 따라가는 것처럼 취급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적연금은 보수적으로 줄여 넣거나, 총액을 "현재까지 모은 노후자금"에 넣는 쪽이 더 정확합니다.

명목 수익률과 실질 수익률

모아둔 돈을 연 5%로 운용한다고 해도, 물가가 2.5% 오르면 구매력이 실제로 늘어난 것은 약 2.4%뿐입니다. 이것을 실질 수익률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5에서 2.5를 빼는 것이 아니라 (1+0.05)÷(1+0.025)−1로 계산하며, 계산기도 이 공식을 씁니다.

명목 수익률물가 2.5%일 때 실질 수익률의미
연 3% (보수적)약 0.5%구매력이 거의 늘지 않음. 원금 보존에 가까움
연 5% (가정치 예시)약 2.4%구매력이 완만하게 늘어남
연 2.5%0%숫자는 늘지만 살 수 있는 것은 같음

계산기가 결과를 3%와 5% 두 가지 가정으로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둘 다 기대수익률이 아니라 계산용 가정치입니다. 실질 수익률 0.5%와 2.4%는 30년에 걸치면 필요 자금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나의 숫자 대신 범위로 보여드립니다. 어떤 자산으로 어떻게 운용할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으며, "물가를 뺀 뒤에 남는 것이 진짜 수익"이라는 개념까지만 짚어둡니다.

왜 오늘 가치로 계산하나

계산을 오늘 가치로 하든 미래 명목 금액으로 하든 수학적으로는 같은 결과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오늘 가치를 택한 이유는 직관 때문입니다.

  • "30년 뒤 월 630만 원이 필요합니다"라는 결과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때 630만 원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감이 안 옵니다.
  • "오늘 가치로 월 300만 원, 총 9억 원이 필요합니다"는 지금의 감각으로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신 오늘 가치로 볼 때는 위에서 설명한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물가를 따라가는 소득만 그대로 넣고, 따라가지 못하는 소득은 깎아 넣습니다. 연금 조회 글에서 다뤘듯 국민연금공단의 예상 연금액도 오늘 가치로 표시되니, 계산기와 단위가 맞습니다.

남기고 싶은 것

  1. 은퇴 기간 25~30년은 물가가 구매력을 절반 가까이 깎는 길이입니다.
  2. 국민연금·기초연금만 물가를 따라갑니다. 나머지는 실질 가치가 매년 줄어듭니다.
  3. 수익률은 물가를 뺀 실질 수익률로 봐야 하고, 그 값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4. 계산은 오늘 가치로 하되, 사적연금은 보수적으로 넣습니다.

참고할 곳

고급 설정에서 물가상승률을 2%와 3%로 바꿔 넣고 필요 자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해보세요.

물가 가정 바꿔 계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