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연금은 "늦춘 1개월당 0.6%, 5년이면 36%"라는 숫자 때문에 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 숫자만 보면 늦추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기연금 설계 계산기에 조건을 하나씩 넣어보면 결론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1963년생, 정상 개시 63세, 월 100만 원을 받을 사람이 3년을 연기한다고 놓고 따라가 봅니다.

3년 연기의 본전 나이, 대신 쓴 자산의 수익률별 단순 합계로는 79세 10개월, 연 2%면 82세 10개월, 연 4%면 88세 안에 본전이 없습니다. 수익률 0% (단순 합계) 79세 10개월 수익률 2% 82세 10개월 수익률 4% 88세 안에 없음
1963년생, 월 100만 원, 36개월 전액 연기 기준. 수익률은 물가를 뺀 실질 기준으로 넣습니다.

늘어나는 것과 걸어두는 것

36개월을 연기하면 가산율은 21.6%입니다. 월 100만 원이 121만 6천 원이 되어 66세부터 평생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보통 소개되는 부분입니다. 계산기가 그 아래에 적어주는 숫자는 "연기하는 동안 받지 않는 연금 총액 3,600만 원"입니다. 이 3,600만 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 21만 6천 원씩 나눠 돌아오는 돈인데, 문제는 그 3년을 무엇으로 사느냐입니다.

본전 나이는 하나가 아닙니다

대신 쓴 자산의 연 수익률본전 나이88세까지 살 때 연기 쪽 우위
0% (단순 합계)79세 10개월+2,102만 원
2% (예금·연금계좌 실질 수익 수준)82세 10개월+1,402만 원
4%88세 안에 없음−72만 원

단순 합계로 보면 79세 10개월에 본전이고 88세까지 살면 2,102만 원을 더 받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바꿉니다. 연기하는 3년간 생활비로 꺼내 쓴 3,600만 원이 연금계좌에 그대로 있었다면 벌었을 수익, 물가를 뺀 실질 기준으로 연 2%를 넣습니다. 본전이 3년 밀려 82세 10개월이 되고 88세 우위는 1,402만 원으로 줍니다. 4%를 넣으면 88세까지 살아도 연기 쪽이 72만 원 뒤집니다.

그러니까 연기연금의 유불리는 수명보다 먼저 "그 3년치 돈을 어디서 꺼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재취업 소득처럼 어차피 들어오는 돈으로 버틴다면 수익률을 0에 가깝게 놓아도 되고, 그때는 연기가 확실히 유리합니다. 반대로 퇴직금이나 연금계좌를 헐어 쓴다면 그 계좌의 기대수익률을 넣어야 정직한 비교가 됩니다.

몇 살까지 사느냐로 다시 한 번

수익률을 2%로 고정하고 비교 기준 나이를 바꿔보면 결과가 이렇게 움직입니다. 80세까지면 연기 쪽이 720만 원 뒤지고, 88세면 1,402만 원 앞서고, 95세면 3,558만 원 앞섭니다. 65세인 사람의 평균 사망 나이가 남성 약 84~85세, 여성 약 89세라는 기대수명 글의 숫자를 여기 대보면, 평균만 살아도 연기가 조금 유리한 정도이고, 오래 살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입니다. 연기는 장수에 대비하는 보험이라는 말이 이 표에서 나옵니다. 보험이니 평균적으로 크게 이득이 아닌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절반만 연기하는 선택

연기 비율연기 중 월 수령연기 후 월 수령걸어두는 총액88세 우위 (2%)
100%0원121만 6천 원3,600만 원+1,402만 원
50%50만 원110만 8천 원1,800만 원+701만 원

부분 연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택입니다. 연금의 50~100%를 10% 단위로 골라 그 부분만 늦출 수 있습니다. 절반을 연기하면 63세부터 50만 원은 들어오고, 늦춘 절반에는 21.6%가 붙어 66세부터 110만 8천 원을 받습니다. 본전 나이는 전액 연기와 똑같이 82세 10개월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걸어두는 돈이 1,800만 원으로 줄고, 이기든 지든 금액이 절반이 된다는 점입니다. 3년을 완전히 버티기는 어렵고 절반쯤은 다른 소득으로 메울 수 있는 분에게 맞습니다.

5년까지 늘리면

60개월을 연기하면 월 136만 원이 되고 본전은 85세 3개월(2% 기준), 88세 우위는 1,210만 원입니다. 3년 연기보다 오히려 적습니다. 걸어두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신 쓴 자산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88세 기준으로는 연기 4년 언저리에서 우위가 가장 크고 그 뒤로는 줄어듭니다. 기준 나이를 95세로 늘리면 다시 5년 연기가 앞서니, 이 역시 수명 판단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연기를 고민하기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첫째, 일하면서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2026년 6월부터 재직자 감액 기준이 월 519만 원 남짓으로 올라, "어차피 일하면 깎이니 미루자"는 이유는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둘째, 배우자에게 남는 금액입니다. 유족연금은 기본연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져 연기로 키운 부분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셋째, 기초연금과 피부양자입니다. 연기로 커진 연금은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에 전액 잡히고,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도 걸립니다. 월 121만 6천 원은 연 1,459만 원이라 아직 아래이지만, 5년 연기의 136만 원은 연 1,632만 원으로 선에 가까워집니다.

연기 신청은 한 번만 할 수 있고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계산을 수급개시 1년쯤 전에, 수익률 칸을 0과 실제 값 두 가지로 넣어 두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두 결과가 같은 방향이면 결정하기 쉽고, 갈리면 그 3년치 생활비를 어디서 꺼낼지가 답을 정해줍니다.

본인 연금액과 연기 개월, 자산 수익률을 넣으면 본전 나이와 나이별 누적 차이가 바로 나옵니다.

연기연금 설계 계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