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크레바스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정년 60세와 국민연금 개시 63~65세 사이의 간격입니다. 이 간격을 메우는 방법 중 가장 소득이 안정적인 것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계속 일한다"는 말 안에는 법적으로 서로 다른 방식이 섞여 있습니다. 어느 방식인지에 따라 퇴직금과 연금의 흐름이 달라지는데, 이 차이를 모르고 지나가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법정 정년은 60세입니다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2016~2017년 전면 시행). 회사 규정에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적어두었더라도 법적으로는 60세로 봅니다. 그러니까 회사가 60세 전에 정년을 이유로 퇴직시킬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60세까지는 보장한다"는 뜻일 뿐, 60세 이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후는 회사가 어떤 제도를 두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세 방식은 어디서 갈라지나
| 구분 | 정년연장 | 정년 후 재고용 | 임금피크제 |
|---|---|---|---|
| 무엇인가 | 회사 규정의 정년 자체를 60세보다 뒤로 | 정년퇴직 처리 후 새 계약으로 다시 채용 (촉탁직 등) | 일정 나이부터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 |
| 근로관계 | 이어짐 | 한 번 끊기고 새로 시작 | 이어짐 |
| 퇴직금 | 연장된 정년에 한 번 정산 | 정년 시점에 정산, 재고용 기간은 별도 | 이어지지만 DB형이면 피크 후 임금 하락이 반영 |
| 연차·근속 | 이어짐 | 새로 계산 | 이어짐 |
| 임금 | 회사 규정에 따름 | 새 계약에서 다시 정함. 대체로 낮아짐 | 피크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삭감 |
정년 후 재고용은 새 계약입니다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60세에 정년퇴직으로 처리하고, 같은 회사가 1년 단위 계약으로 다시 채용합니다. 겉으로는 계속 출근하지만 법적으로는 퇴직과 재취업이 한 번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가 따라옵니다.
- 퇴직금이 정산됩니다. 정년 시점의 임금과 근속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받거나 IRP로 이체합니다. 이 시점에 일시금과 연금 중 선택이 필요합니다.
- 재고용 기간의 퇴직금은 따로 쌓입니다. 계약이 1년 미만이면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임금은 다시 정합니다. 정년 전 임금이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의 임금과 업무 범위를 꼼꼼히 봐야 합니다.
- 55세 이상은 2년을 넘는 기간제 계약이 가능합니다. 일반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넘기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만, 55세 이상은 예외라 매년 갱신하는 형태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정년퇴직과 재고용 사이에 공백이 있으면, 정년퇴직은 비자발적 이직이라 그 기간에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공백 없이 바로 재고용되면 실업 상태가 아니니 대상이 아닙니다.
임금피크제, 퇴직금에 미치는 영향부터 봐야 하는 이유
임금피크제는 법으로 정한 제도가 아니라 회사가 노사 합의로 두는 제도입니다. 보통 55~57세부터 임금을 매년 일정 비율 줄이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합니다.
은퇴 준비 관점에서 제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퇴직금 계산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이 기준입니다. 그래서 임금피크로 임금이 깎인 뒤 퇴직하면, 깎인 임금으로 전체 근속의 퇴직금이 계산됩니다. 퇴직연금이 DB형(확정급여형)이면 같은 구조입니다. 이 문제를 회사가 어떻게 처리하는지(피크 전 정산, DC형 전환 등)는 회사마다 달라서, 임금피크 대상이 되기 전에 회사에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입니다. 질문 목록은 퇴직연금 DB·DC 글에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2022년 5월, 정년연장 같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한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로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뜻은 아니며, 개별 제도의 유효성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본인 회사 제도에 의문이 있다면 노동 관련 전문가나 고용노동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계속고용장려금은 회사가 받는 돈입니다
정부는 정년을 연장·폐지하거나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합니다. 이 돈은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가 받는 것입니다. 그래도 회사가 재고용 제도를 두게 만드는 유인은 되니, 아직 제도가 없는 회사에 다닌다면 이런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논의를 시작하는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지원 금액과 기간은 매년 바뀌니 고용노동부에서 그해 기준을 봐야 합니다.
정년 65세, 확정된 것과 논의 중인 것
| 확정되어 시행 중 | 논의 중 (2026년 9월 기준) |
|---|---|
| 법정 정년 60세 의무 55세 이상 기간제 2년 초과 허용 계속고용장려금 (매년 예산 사업) |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 정년연장 대신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정년을 맞추는 방안 |
오른쪽 칸의 내용은 국회와 노사정 논의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법으로 확정되어 시행일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뉴스 제목만 보고 "이제 65세까지 다닐 수 있겠다"고 계획을 세우면 위험합니다. 설계는 현행 60세를 기준으로 하고, 연장이 확정되면 그때 계획을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 반대 방향의 실수도 있습니다. 60세에 확실히 나가야 한다고 단정하는 쪽입니다. 어느 쪽이든 본인 회사의 규정을 먼저 봐야 합니다.
계속 일할 때 연금과 보험은 어떻게 되나
- 국민연금. 60세가 넘으면 의무가입은 끝나지만, 재고용 상태에서도 임의계속가입으로 65세 전까지 보험료를 계속 내 가입기간과 연금액을 늘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에도 일해서 월 소득이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약 519만 원을 넘으면 연금이 일부 감액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은 부업 세금 글에서 다뤘습니다.
- 건강보험. 재고용으로 직장가입자 자격이 유지되면 퇴직 후 지역가입자 전환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그 기간만큼 뒤로 미루는 효과가 있습니다. 회사 부담분도 계속 회사가 냅니다.
- 고용보험. 65세 전에 고용된 상태가 이어지면 실업급여 대상이 유지됩니다. 65세 이후 새로 고용된 경우는 실업급여 대상에서 빠지니(현행 기준, 연령 상한 조정 법안이 발의된 상태), 재고용 시점이 65세를 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럼 정년 전에 회사에 무엇을 물어야 하나
- 회사 규정의 정년이 몇 살인지, 정년 후 재고용 제도가 있는지, 있다면 대상 조건은 무엇인지
- 임금피크제가 있다면 시작 나이와 삭감 비율, 그리고 퇴직금을 피크 전에 정산하는지
- 재고용 시 임금 수준과 계약 기간, 갱신 조건
- 정년퇴직과 재고용 사이에 공백이 있는지 (실업급여·건강보험과 관련)
같은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어렵다면 중장년 재취업과 공공 지원제도가 다음 선택지입니다.
확인할 곳
- 고용노동부: 정년 제도, 계속고용장려금, 임금피크제 상담(1350).
-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정년).
- 고용24 홈페이지: 고령자 고용 지원 사업 안내.
- 국민연금공단: 임의계속가입, 소득이 있을 때 연금 감액 기준(1355).
재고용으로 몇 년 더 일할 수 있다면 은퇴 희망 나이를 그만큼 늦춰 넣고, 공백기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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