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보통 60세 전후에 오지만, 국민연금은 그보다 늦게 시작됩니다. 그 사이에 생기는 소득 공백기를 은퇴 크레바스라고 부릅니다. 등산에서 얼음이 갈라져 생기는 크레바스처럼, 대비 없이 걸어 들어가면 바닥이 없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은퇴 크레바스가 생기는 이유

고령자고용법상 법정 정년은 60세입니다. 반면 국민연금(노령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61~65세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정년까지 일했다고 해도 연금 개시까지 최소 1년, 많게는 5년의 공백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실제로는 정년보다 먼저 회사를 나오는 분이 많아서, 체감하는 공백기는 이보다 더 긴 경우가 흔합니다.

참고로 정년을 65세로 늦추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통과되면 이 글이 전제로 삼는 공백기 자체가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도 2026년 9월 현재 시행되지 않았으니 여기서는 현행 60세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은퇴 크레바스 개념도 근로소득은 60세 정년에 끊기고 국민연금은 65세에 시작되어, 그 사이 약 5년간 소득이 없는 구간이 생깁니다. 근로소득 국민연금 은퇴 크레바스 소득 없음 약 5년 40대 60세 정년 65세 연금 개시 이후
1969년생 이후 기준. 정년 60세와 국민연금 개시 65세 사이에 약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깁니다.

나는 몇 년을 버텨야 할까요? 출생연도별 국민연금 수급개시 나이

국민연금 수급개시 나이는 출생연도별로 단계적으로 늦춰지도록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출생연도노령연금 수급개시 나이60세 정년 기준 공백기간
1952년생 이전60세없음
1953~1956년생61세약 1년
1957~1960년생62세약 2년
1961~1964년생63세약 3년
1965~1968년생64세약 4년
1969년생 이후65세약 5년

출처: 국민연금법 부칙(수급개시연령 단계적 상향 규정). 조기수령을 신청하면 최대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매달 받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이 트레이드오프는 아래에서 다룹니다. 정확한 개인별 예상 수급 시기와 금액은 국민연금공단의 내 연금 알아보기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시로 감을 잡아보면

1966년생이 60세에 퇴직했다면 국민연금(64세 개시)까지 4년의 공백이 생깁니다. 월 생활비가 250만 원이라면 이 4년 동안만 약 1억 2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본인의 나이와 생활비를 넣어보면 정확한 금액이 나옵니다. 아래 계산기가 그 용도입니다.

크레바스 기간, 무엇으로 메울까요?

정답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조합입니다. 주로 쓰이는 방법은 넷입니다.

  1. 국민연금 조기수령. 최대 5년 앞당겨 받는 대신 1년당 약 6%씩(최대 30%) 감액된 금액을 평생 받습니다. 공백기는 짧아지지만 총 수령액은 줄어듭니다.
  2. 시니어 재취업·유연근로. 완전 은퇴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소득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도 늘고 있어, 퇴직 전에 회사의 재고용·촉탁직 제도를 먼저 확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3. 주택연금(역모기지). 보유 주택을 담보로 매달 생활자금을 받는 제도입니다. 자산이 부동산에 쏠려 있고 현금 흐름이 부족한 경우에 특히 검토할 만합니다.
  4. 보유자산 순차 활용. 예적금·퇴직금 등을 국민연금 개시 전까지만 쓰고, 이후에는 연금으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 미리 계산해둬야 합니다.

네 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조기수령 감액률과 소득 조건까지 포함해 자세히 비교한 내용은 은퇴 크레바스, 뭘로 메울까?에서 정리했습니다.

참고: 퇴직하면 회사 단체보험이 끊깁니다

재직 중에는 회사 단체보험으로 의료비 일부가 보장되던 것이 퇴직과 함께 사라집니다. 개인 실손보험이 있는지, 없다면 어떻게 할지 은퇴 전에 확인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은퇴 후 늘어나는 지출 중 의료비 비중이 가장 크게 오르는데, 이 부분이 비어 있으면 생활비 계산이 어긋납니다.

어떤 보험이 유리한지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 이 사이트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은 보험사에, 제도 전반은 금융감독원(1332)에 물어보는 게 맞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크레바스 대응의 출발점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숫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 은퇴 나이와 국민연금 개시 나이 사이에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가. 여기서부터입니다.

시점별로 확인할 것

크레바스는 닥쳐서 대응하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시점별로 해둘 일이 다릅니다.

  • 퇴직 3~5년 전. 내 국민연금 개시 나이와 예상 수령액을 확인합니다. 가입기간이 10년에 못 미친다면 이때가 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도 재직 중에 발급받아 두는 게 좋습니다.
  • 퇴직 1년 전. 회사의 재고용·촉탁직 제도를 인사팀에 문의합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으로 받을지도 이 시점에 결정해야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에 지역가입자 전환 시 예상 보험료도 미리 물어두면 마음이 놓입니다.
  • 퇴직 직후.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 자격을 확인하고 바로 신청합니다. 미루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은 신청 기한이 짧으니 함께 처리하세요.

이 중 상당수가 퇴직 전에만 할 수 있거나, 퇴직 직후 짧은 기간 안에만 신청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점을 놓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크레바스 대비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내 크레바스가 몇 년인지, 그 기간에 얼마가 필요한지 지금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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