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이나 IRP 계좌 안의 돈은 겉으로는 하나의 잔액입니다. 그런데 세법은 이를 출신이 다른 세 종류의 돈으로 보고, 인출할 때 어느 돈이 먼저 나가는지까지 법으로 정해둡니다. 이 규칙을 알면 연금 받을 때 세금이 왜 그렇게 계산되는지, 그리고 왜 어떤 사람은 사적연금을 많이 받아도 1,500만 원 기준에 걸리지 않는지가 설명됩니다.
계좌 안의 돈은 세 종류입니다
| 구분 | 무엇인가 | 어떻게 들어왔나 |
|---|---|---|
| ① 과세 제외 금액 |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본인 납입 원금 | 한도(900만 원) 초과 납입, 세금이 없어 공제 못 받은 납입, 연금계좌로 옮긴 ISA 자금 중 공제 안 받은 부분 등 |
| ② 이연퇴직소득 | 퇴직금을 IRP로 옮기면서 세금을 아직 안 낸 금액 | 퇴직 시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 |
| ③ 그 외 |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 + 계좌 안에서 생긴 운용수익 전체 | 매년 세액공제 받은 납입, 이자·배당·매매차익 |
③에 운용수익이 전부 들어간다는 대목이 은근히 헷갈립니다. 세액공제를 안 받은 원금(①)에서 나온 수익이라도, 수익 자체는 ③으로 분류됩니다.
인출 순서는 ① → ② → ③, 고를 수 없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연금계좌에서 돈을 뺄 때 ①부터 먼저 인출된 것으로 보고, ①이 다 나간 뒤 ②, 그다음 ③이 나가는 것으로 봅니다. 가입자가 "이번엔 수익 부분에서 빼겠다"고 고를 수는 없습니다. 금융기관도 이 순서로 세금을 계산합니다.
다행히 이 순서는 가입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세금이 없는 돈이 먼저, 세금이 가장 많이 붙는 돈이 마지막입니다.
종류별로 세금이 다릅니다
| 구분 | 연금으로 받을 때 (55세 이후, 한도 안) | 연금 외로 받을 때 (중도해지, 한도 초과) |
|---|---|---|
| ① 과세 제외 금액 | 세금 없음 | 세금 없음 |
| ② 이연퇴직소득 | 원래 퇴직소득세의 70% (실제 수령 연차 10년 이하) 60% (11~20년차) 50% (21년차 이후) | 원래 퇴직소득세 100% |
| ③ 공제받은 원금 + 수익 | 연금소득세 5.5% / 4.4% / 3.3% (나이별) | 기타소득세 16.5% |
②의 감면율과 연차별 적용 방식은 퇴직금 일시금 vs 연금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③의 나이별 세율과 종신형 세율은 연금 받을 때 세금 글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둘이 한 계좌 안에서 어떤 순서로 만나는지만 따라가 보겠습니다.
숫자를 넣어 보면
IRP 계좌에 다음이 들어 있다고 합시다. 세액공제 안 받은 납입 500만 원(①), 퇴직금 1억 원(②), 세액공제 받은 납입과 수익 3,000만 원(③). 총 1억 3,500만 원입니다.
- 55세 이후 첫해에 연금으로 1,200만 원을 받으면, 먼저 ①에서 500만 원이 나갑니다. 세금은 없습니다. 나머지 700만 원은 ②에서 나가고, 그 700만 원에 해당하는 퇴직소득세의 70%를 냅니다.
- 이후 몇 년간은 계속 ②에서 나갑니다. 이 기간에 받는 돈은 사적연금 1,500만 원 한도와 무관합니다. ②는 연금소득이지만 퇴직소득세를 줄여 내는 분리과세로 끝나고, 1,500만 원 합산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입니다.
- ②가 모두 나간 뒤에야 ③이 인출됩니다. 이때부터 연금소득세 3.3~5.5%가 붙고, 이 부분의 연간 합계가 1,500만 원을 넘는지를 봅니다.
숫자는 설명용입니다. 실제로는 운용수익이 매년 더해져 ③이 계속 늘어나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퇴직금이 큰 계좌일수록 ③에 도달하기까지 오래 걸리고, 그 기간에는 1,500만 원 기준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1,500만 원 기준은 ③에만 적용됩니다
"사적연금을 연 1,500만 원 넘게 받으면 종합과세 또는 16.5% 분리과세"라는 규칙은 ③(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에서 나오는 연금소득에만 해당합니다. ① 과세 제외 금액과 ② 퇴직금은 얼마를 받아도 이 한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IRP에서 매달 200만 원 받는데 1,500만 원 넘어서 큰 세금 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그 200만 원의 대부분이 퇴직금이라면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걸 왜 아무도 미리 안 알려주나 싶은 부분입니다. 계좌의 세 종류 잔액이 각각 얼마인지는 금융기관에 요청하면 알려줍니다.
연금 외 수령이 되는 경우
세금이 확 올라가는 "연금 외 수령"은 두 경우에 생깁니다.
- 중도해지. 55세 전이나 가입 5년 전에 계좌를 깨는 경우입니다.
- 연금수령한도 초과. 연금으로 받더라도 한 해에 뺄 수 있는 한도를 넘긴 부분입니다. 한도 공식은 세액공제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이때도 인출 순서는 ①→②→③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세액공제 안 받은 원금만 들어 있는 계좌라면 중도해지해도 세금이 없고, 퇴직금이 들어 있다면 퇴직소득세를 감면 없이 내며, ③까지 닿으면 16.5%가 붙습니다. 결국 어느 종류의 돈까지 닿느냐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런 일이 생깁니다
아래는 법 규정에서 곧바로 따라오는 것들입니다. 개인별로 어떻게 인출하라는 조언은 아닙니다.
- 세액공제를 안 받은 납입은 언제 빼도 세금이 없고 가장 먼저 나갑니다. 연금계좌에 여유 자금을 넣어두는 사람이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그 돈에서 생긴 수익은 ③이 됩니다.
- 퇴직금이 들어 있는 IRP는 오래 나눠 받을수록 ②의 감면율이 커집니다(70%→60%→50%). 짧게 받으면 감면 폭이 작습니다.
- 1,500만 원 기준을 볼 때는 계좌 잔액이 아니라 ③에서 나온 연금소득만 합산합니다. 여러 금융기관에 계좌가 있으면 ③끼리 합칩니다.
- 같은 계좌 안에서도 ②와 ③의 세금 성격이 다르므로, 금융기관이 보내주는 원천징수 내역에는 퇴직소득과 연금소득이 따로 적힙니다. 두 항목이 따로 있는지 봐두면 됩니다.
본인이 정할 수 있는 순서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것은 한 연금계좌 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법정 순서입니다. 이와 별개로 어떤 계좌를 먼저 쓸지(예금, 연금계좌, 국민연금 개시 시점)는 본인이 정합니다. 국민연금은 수급 나이에서 최대 5년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고, 사적연금은 55세부터 개시할 수 있으니 두 시점은 따로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은 세율, 건강보험료, 자산 구성에 따라 사람마다 답이 다릅니다. 개인별로 조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여기서는 멈춥니다. 그래도 위의 법정 순서를 모르면 그 판단의 전제부터 틀어집니다. 그래서 먼저 알아두셔야 합니다.
확인할 곳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3(연금계좌의 인출순서 등)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국세청은 연금소득·퇴직소득 과세를 안내합니다(상담 126).
- 통합연금포털에서 보유 연금계좌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종류별 잔액은 각 금융기관에 요청해야 합니다.
퇴직금을 IRP로 옮겨 나눠 받을 때의 세금은 계산기에서 연차별 감면을 반영해 비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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