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연금의 맨 위층인 개인연금은 국가가 세금 혜택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혜택이 분명한 만큼 조건도 분명합니다. 어떤 상품에 가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금 혜택의 크기와 그 대가로 무엇을 약속하는지를 정확히 알자는 글입니다.
연금저축과 IRP, 무엇이 다른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는 두 종류입니다.
| 구분 | 연금저축 | IRP (개인형퇴직연금) |
|---|---|---|
| 누가 가입 | 누구나 | 소득이 있는 사람 (근로자·자영업자 등) |
| 세액공제 한도 | 연 600만 원 | 연금저축과 합쳐 연 900만 원 |
| 중도 인출 | 가능 (세금 부담은 있음) | 법으로 정한 사유 외에는 불가. 빼려면 해지 |
| 퇴직금 수령 | 불가 | 가능. 퇴직금을 옮겨 담는 계좌 |
가장 큰 실무적 차이는 중도 인출입니다. 연금저축은 급하면 일부를 뺄 수 있지만(세금은 냅니다), IRP는 요양 의료비·파산·천재지변 같은 법정 사유가 아니면 일부 인출이 안 되고 계좌를 해지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묶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얼마나 돌려받나
세액공제는 소득공제와 다릅니다. 소득에서 빼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세금에서 직접 빼줍니다. 그래서 소득이 얼마든 돌려받는 금액이 거의 같습니다.
| 소득 구간 | 공제율 (지방소득세 포함) | 900만 원 납입 시 최대 |
|---|---|---|
|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종합소득 4,500만 원 이하) | 16.5% | 148만 5천 원 |
| 총급여 5,500만 원 초과 | 13.2% | 118만 8천 원 |
한도 900만 원 중 연금저축으로는 600만 원까지만 인정되고, 나머지 300만 원은 IRP에 넣어야 채울 수 있습니다. IRP만으로 900만 원을 채우는 건 됩니다. 이 한도는 2023년부터 나이와 소득에 관계없이 같습니다.
납입 자체는 연금계좌를 합쳐 연 1,800만 원까지 할 수 있습니다. 900만 원을 넘는 부분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지만, 그 대신 나중에 빼도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아래 설명). ISA 계좌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옮긴 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세금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적게" 내는 것입니다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돈은 면제가 아니라 과세 이연입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3.3~5.5%)를 냅니다. 돌려받을 때 13.2~16.5%, 받을 때 3.3~5.5%이니 차이만큼이 실제 혜택입니다. 세율이 낮은 시기로 세금을 미루는 구조라고 이해하고 있어야, 나중에 연금 받을 때 세금이 붙는 걸 보고 놀라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실제로 많이들 놀랍니다.
돌려받은 돈에 붙는 조건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 만 55세 이후에 받기
- 가입일부터 5년이 지난 뒤 받기. 퇴직금만 들어 있는 IRP는 이 5년 요건이 없습니다.
- 연금 형태로 나눠 받기. 한 해에 뺄 수 있는 금액에 상한(연금수령한도)이 있습니다.
세 조건을 지켜 받으면 나이에 따라 5.5%(55~69세), 4.4%(70~79세), 3.3%(80세 이상)의 낮은 세율로 끝납니다. 사적연금을 연 1,500만 원 넘게 받으면 계산이 달라지는데, 그 부분은 연금 받을 때 세금에서 다뤘습니다.
"10년 이상 받아야 한다"는 말, 정확히는 요건이 아닙니다
흔히 "연금은 10년 이상 나눠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기관 안내문에도 그렇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히는 요건이 아니라 한도 공식입니다. 한 해에 연금으로 인정받아 뺄 수 있는 금액은 대략 계좌 평가액 ÷ (11 − 수령 연차) × 1.2입니다. 첫해에는 평가액의 12%, 다음 해에는 남은 금액의 약 13%씩 늘어나는 식이라, 결과적으로 10년 정도에 걸쳐 받게 됩니다. 이 한도를 넘겨 빼는 금액은 연금이 아닌 "연금 외 수령"으로 취급되어 아래의 16.5%가 붙습니다.
조건을 어기면 16.5%를 다시 냅니다
55세 전에 해지하거나, 연금수령한도를 넘겨 빼면 그 금액 중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에 기타소득세 16.5%가 붙습니다. 돌려받았던 13.2~16.5%를 거의 그대로 돌려주는 셈입니다. 13.2%를 받았던 사람은 오히려 손해입니다. 운용수익에도 같은 세율이 붙으니 그동안의 수익도 일부 사라집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사망, 해외 이주, 파산·개인회생, 천재지변, 본인이나 부양가족의 3개월 이상 요양 의료비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빼는 경우에는 연금소득세율(3.3~5.5%)로 낮춰줍니다. 사유가 생긴 날부터 6개월 안에 금융기관에 증명해야 합니다. 이 시점은 놓치면 안 됩니다.
세액공제 안 받은 돈은 자유롭습니다
연금계좌의 돈은 세 종류로 나뉩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 받지 않은 원금, 그리고 운용수익입니다. 이 중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언제 빼도 세금이 없습니다. 한도를 넘겨 넣었거나, 그해 낼 세금이 없어 공제를 못 받은 금액이 여기 해당합니다. 인출할 때는 법이 정한 순서대로 이 돈부터 빠져나가는데, 그 순서는 별도 글에서 설명합니다. 세액공제를 못 받은 납입액은 다음 해로 넘겨 공제 신청할 수도 있으니, 금융기관에 한 번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세액공제만 보고 넣으면 안 되는 이유
세액공제는 큽니다. 그런데 판단은 다음을 함께 놓고 해야 합니다.
- 55세까지 쓰지 않을 돈인가. 대출 상환이나 자녀 학비로 곧 필요한 돈을 넣으면 16.5%를 내고 깨게 됩니다. 돌려받은 148만 원보다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항목을 제일 먼저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 그해 낼 세금이 있는가. 세액공제는 세금에서 빼주는 것이라, 결정세액이 0원이면 돌려받을 것도 없습니다. 소득이 적은 해에는 공제 실익이 없을 수 있습니다.
- 은퇴 크레바스와 맞물리는가. 연금계좌는 55세부터 받을 수 있어 국민연금 개시 전 공백기를 메우는 용도로 자주 쓰입니다. 이 용도라면 55세부터 10년에 걸쳐 나눠 받는 구조가 공백기 길이와 잘 맞습니다.
어떤 금융기관의 어떤 상품에 넣을지는 이 사이트가 다루지 않습니다. 비교하실 때 수수료, 중도 인출 조건, 운용 가능한 자산의 범위 정도를 보시면 됩니다.
확인할 곳
- 국세청에서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공제율과 그해 귀속 기준을 봅니다. 상담은 126.
-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에서 본인 납입액과 공제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보유한 연금계좌와 적립금을 조회합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에는 소득세법 제59조의3(연금계좌세액공제) 원문이 있습니다.
연금계좌에 쌓인 금액을 "연금저축·IRP" 칸에 넣고, 55세부터의 공백기를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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