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크레바스 글에서 정년과 연금 개시 사이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을 다뤘습니다. 그 공백을 가장 안전하게 메우는 방법은, 제 생각에는 퇴직 전에 이미 돌아가고 있는 부업입니다. 퇴직 후 시작하는 것과 재직 중 시작하는 것은 실패해도 되는 여유에서 차이가 큽니다. 아래 다섯 탭을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1. 회사 규정 확인, 법보다 취업규칙이 먼저입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의 겸업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퇴근 후 시간은 원칙적으로 본인의 것입니다. 그런데도 "부업하다 걸리면 징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많은 회사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겸업 제한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 구분 | 기준 | 확인할 곳 |
|---|---|---|
| 일반 회사 근로자 | 법적 금지는 없음. 취업규칙·근로계약의 겸업 조항이 있으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음 | 취업규칙(사내 게시 의무), 근로계약서, 인사팀 |
| 공무원 |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상 영리 업무 금지, 그 외 겸직은 소속 기관장 허가 필요 | 소속 기관 복무 담당 |
| 공공기관·교직원 | 기관별 복무 규정에 겸직 허가 절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 | 기관 복무 규정 |
| 모든 근로자 | 경업금지(같은 업종 경쟁), 비밀유지, 회사 자원·근무시간 사용 금지는 조항이 없어도 적용 | — |
겸업 조항이 있더라도 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고 경쟁 관계가 아니며 회사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사생활 범위의 활동은 일률적으로 금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런데 이건 분쟁이 생겼을 때의 판단 기준입니다. 분쟁을 만들지 않는 게 목적이라면 다음 순서가 안전합니다.
- 취업규칙의 겸업·겸직 조항을 직접 읽습니다. 취업규칙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문서입니다. "허가", "신고", "금지" 중 어느 표현인지 봐야 합니다.
- 업종이 회사와 겹치지 않는지 봅니다. 회사 고객·거래처·기술을 쓰는 부업은 조항이 없어도 위험합니다.
- 허가제라면 신청합니다. 회사 업무와 무관하고 근무시간 밖이라는 점을 적으면 허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회사 자원은 쓰지 않습니다. 회사 노트북, 회사 이메일, 근무시간 중 부업 연락은 겸업 조항과 별개로 징계 사유가 됩니다.
공무원·공공기관은 다릅니다
공무원은 법으로 영리 업무가 금지되고 그 외 겸직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유튜브·블로그 광고 수익처럼 소액이라도 계속되는 수익 활동은 겸직 허가 대상으로 다뤄집니다. 공공기관과 학교도 기관 규정에 유사한 절차가 있으니, 이 탭의 일반 회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2. 세금·보험 영향, 그리고 회사가 알게 되는가
부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개 둘입니다. "세금이 얼마나 늘까"와 "회사가 알게 될까". 둘 다 구조를 알면 답이 분명합니다.
세금은 5월에 본인이 따로 신고합니다
부업 소득은 성격에 따라 사업소득(계속·반복, 3.3% 원천징수)과 기타소득(일시적, 8.8% 원천징수)으로 나뉩니다. 이 구분과 신고 방법은 부업 세금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직장인에게 특히 중요한 대목만 뽑으면 이렇습니다.
- 회사 연말정산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연말정산은 그 회사가 준 급여만 정산합니다. 부업 소득은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로 본인이 신고하며, 이때 근로소득과 합산됩니다.
- 합산되면 세율 구간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월급으로 이미 15% 구간에 있다면 부업 소득에도 최소 15%가 적용되고, 구간을 넘으면 24%가 됩니다. 3.3%를 떼였다고 세금이 끝난 게 아닙니다. 부업 소득의 20~25%는 5월 세금으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기타소득 연 300만 원 이하는 분리과세를 선택해 합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회성 강의·원고료가 여기 해당합니다.
- 5월 신고 때는 회사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 필요합니다. 홈택스에서 조회되므로 회사에 요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강보험은 연 2,000만 원이 기준선입니다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소득월액보험료가 따로 부과됩니다. 2,000만 원 이하라면 직장 보험료는 그대로입니다. 사업소득은 전액, 근로·연금소득은 절반이 계산에 들어갑니다.
이 추가 보험료는 본인 주소로 개별 고지되고 회사 급여에서 공제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이 고지서를 볼 일은 없습니다.
국민연금·고용보험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직장가입자는 다른 소득이 생겨도 국민연금에 추가로 가입하지 않습니다. 고용보험도 본업 기준 그대로입니다. 부업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을 만들면 그 사업장의 사업주로서 보험 자격이 달라질 수 있으니, 그 단계에 가면 공단에 물어봐야 합니다.
회사가 알게 되는 경로는 셋뿐입니다
- 본인이 겸직 허가를 신청하거나 말한 경우
- 회사 업무·자원·시간을 부업에 쓴 흔적이 남은 경우
- 부업이 회사와 경쟁하거나 거래처와 얽혀 외부에서 알려진 경우
세금 신고와 건강보험료 고지는 회사를 거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알까"의 답은 세금이 아니라 탭 1의 규정 확인에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은 언제 필요한가
| 부업 형태 | 사업자등록 | 비고 |
|---|---|---|
| 강의·자문·집필·디자인 등 용역 (3.3% 원천징수) | 필수 아님 | 프리랜서 사업소득으로 5월 신고 |
| 상품을 계속·반복 판매 (스마트스토어, 구매대행 등) | 필요 | 온라인 판매는 통신판매업 신고도 필요. 연 매출 규모에 따라 간이과세 |
| 블로그·유튜브 광고 수익 | 규모가 작으면 사업소득 신고만으로 가능한 경우가 많음 | 계속·반복성이 커지면 등록 검토. 국세청에 확인 |
| 일회성 원고료·심사료 | 불필요 | 기타소득 |
사업자등록을 해도 회사에 통보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 자격도 직장가입자가 우선이라 그대로 유지됩니다. 등록 여부와 간이과세 해당 여부는 국세청(126)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3. 유형별 방안, 은퇴 후로 이어지는지가 기준입니다
부업 유형은 많지만 은퇴 준비 관점에서 저는 기준을 하나만 둡니다. 퇴직한 뒤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 재직 중에는 소득이 작아도, 퇴직 후 크레바스 5년 동안 매달 나오는 소득이 되면 그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 유형 | 예 | 시작 비용 | 수익까지 | 은퇴 후 연결 |
|---|---|---|---|---|
| 경력 기반 지식 서비스 | 직무 자문, 강의, 멘토링, 전자책, 유료 뉴스레터 | 거의 없음 | 빠름 (첫 의뢰까지 1~3개월) | 매우 좋음 |
| 콘텐츠 |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광고·제휴 수익) | 낮음 | 느림 (6~12개월 이상) | 좋음 (쌓이면 자산) |
| 온라인 판매 | 스마트스토어, 구매대행, 핸드메이드 | 재고에 따라 다름 | 중간 | 보통. 재고·반품 관리 체력 필요 |
| 플랫폼 노동 | 배달, 대리운전, 번역·데이터 작업 | 없음 | 즉시 | 약함. 체력 의존, 단가 하락 |
| 자산 소득 | 임대, 배당 | 목돈 필요 | — | 부업이 아니라 자산 배치의 문제. 이 사이트는 다루지 않음 |
유형 1 · 경력 기반 지식 서비스, 직장인에게 가장 유리합니다
20~30년 쌓은 직무 지식은 이미 있는 자산입니다. 새로 배울 것이 적고 시간당 단가가 가장 높습니다. 재직 중에는 회사와 겹치지 않는 영역으로 한정해야 탭 1의 규정과 부딪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 담당자가 취업 준비생 대상 강의를 하는 것과 경쟁사 채용 자문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시작은 작게. 지식 공유 플랫폼에 강의 하나, 전자책 한 권, 주 1회 뉴스레터. 반응이 있는 것 하나를 키우는 쪽이 여러 개를 동시에 벌리는 것보다 재직 중에는 현실적입니다. 퇴직 후에는 이 활동이 그대로 은퇴 후 부업의 첫 유형이 됩니다.
유형 2 · 콘텐츠, 느리지만 쌓입니다
블로그·유튜브는 수익화까지 보통 반년 이상 걸리고, 그동안 소득은 0에 가깝습니다. 재직 중이라는 조건이 여기서 장점이 됩니다. 월급이 있으니 수익 없는 기간을 버틸 수 있습니다. 주제는 본인이 남보다 잘 아는 것, 그리고 회사 기밀과 무관한 것으로 정합니다. 광고 수익은 사업소득으로 신고하고, 협찬을 받으면 표시 의무가 있습니다.
유형 3 · 온라인 판매, 재고가 곧 위험입니다
사업자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가 필요하고, 재고를 사는 순간 손실 가능성이 생깁니다. 재직 중 시작한다면 재고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방식(주문 후 발주, 소량 테스트)으로 한정하고, 노후자금은 재고에 넣지 않습니다. 이 원칙만은 지켜야 합니다. 반품·고객 응대가 근무시간에 몰리면 본업과 충돌하니 응대 시간을 정해두어야 합니다.
유형 4 · 플랫폼 노동, 즉시 소득이지만 은퇴와 연결이 약합니다
배달·대리운전은 오늘 시작해 이번 주에 입금됩니다. 목돈이 급할 때는 의미가 있지만, 체력에 의존하고 단가가 내려가는 추세라 은퇴 후 5년을 메우는 수단으로는 약합니다. 급한 자금 목적이라면 기간을 정해두고, 그 기간에 유형 1이나 2를 함께 준비하는 조합이 현실적입니다.
위에 적은 플랫폼 이름은 유형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 특정 서비스를 추천하는 게 아닙니다. 수수료, 정산 주기, 판매자 규정은 각 서비스에서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4. 시간·체력 설계, 본업을 지키는 부업이어야 합니다
재직 중 부업이 실패하는 원인은 대부분 돈이 아니라 시간과 체력입니다. 본업 성과가 떨어지면 부업으로 번 돈보다 잃는 것이 큽니다. 그래서 설계의 출발점은 "얼마를 벌까"가 아니라 "일주일에 몇 시간을 뺄 수 있나"입니다.
주 5~10시간에서 시작합니다
| 주당 시간 | 가능한 것 | 주의 |
|---|---|---|
| 5시간 (주말 반나절) | 전자책 집필, 뉴스레터 1회, 블로그 글 1~2편, 소규모 자문 1건 | 가장 안전한 시작점 |
| 10시간 (평일 저녁 2일 + 주말 반나절) | 정기 강의, 유튜브 주 1편, 소량 판매 운영 | 수면 시간을 깎지 않는 선 |
| 15시간 이상 | 사실상 두 번째 직장 | 본업 성과와 건강에 영향. 재직 중에는 권하지 않음 |
3개월 실험, 그리고 종료 기준
시작할 때 끝내는 조건을 함께 정합니다. "3개월 안에 첫 소득이 없으면 방식을 바꾼다", "본업 야근이 늘면 중단한다" 같은 기준이 있으면 매몰비용 때문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3개월 뒤 다음 셋 중 하나를 고릅니다.
- 키운다. 소득이 나기 시작했고 본업에 지장이 없다. 시간을 10시간까지 늘린다.
- 바꾼다. 반응은 있는데 방식이 안 맞는다. 유형을 바꿔 다시 3개월.
- 접는다. 반응이 없거나 본업이 흔들린다. 손실은 시간 3개월로 끝.
체력은 자산입니다
기대수명 글에서 다뤘듯 은퇴 후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50대에 수면을 깎아 부업을 하면 그 비용은 60대 의료비로 돌아옵니다. 제가 체력을 쓰는 유형보다 지식을 쓰는 유형을 앞에 두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족과 먼저 합의해야 합니다
주 10시간은 가족 시간에서 나옵니다. 배우자에게 "왜 하는지, 언제까지 실험하는지, 얼마가 목표인지"를 미리 말해두면 3개월 뒤 판단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생활비 계산기로 부족액을 함께 확인해보면 대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5. 시작 체크리스트
탭 1~4를 한 장으로 줄였습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 순서 | 확인 항목 | 어디서 |
|---|---|---|
| 1 | 취업규칙·근로계약의 겸업 조항 확인. 허가제면 신청 | 사내 취업규칙, 인사팀 |
| 2 | 공무원·공공기관·교직원이면 겸직 허가 규정 확인 | 소속 기관 복무 담당 |
| 3 | 부업 업종이 회사와 경쟁·거래처 관계가 없는지 확인 | 본인 판단 |
| 4 | 은퇴 후 이어질 유형인지 판단. 지식 서비스·콘텐츠 우선 | 탭 3 |
| 5 | 주당 시간(5~10시간)과 3개월 종료 기준 정하기 | 탭 4 |
| 6 | 상품 판매라면 사업자등록·통신판매업 신고 | 홈택스, 정부24 |
| 7 | 부업 소득의 20~25%를 5월 종합소득세용으로 따로 모으기 | 본인 통장 |
| 8 | 월급 외 소득이 연 2,000만 원에 가까워지면 건보료 추가분 예상 | 건강보험공단 |
| 9 | 회사 노트북·이메일·근무시간을 부업에 쓰지 않기 | 습관 |
| 10 | 3개월 뒤 키운다·바꾼다·접는다 중 하나 결정 | 탭 4 |
확인할 곳
부업으로 월 얼마가 더 필요한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부족액이 목표 금액이 됩니다.
부족액 계산하기